여름이 다 지나고 11월을 앞둔 지금도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 통상적으로 모기 수는 한여름인 7~8월에 정점을 찍고 9월 중순에 감소했으나, 2018년 이후로는 8월보다 9월에 채집된 모기 수가 더 많다. 7월에 증가했던 모기 수는 8월에 급감했다가 9월 들어서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여름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9월이 돼서야 모기들이 활동하기 좋은 온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기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온도는 25~32도 사이다. 그렇다면 가을 모기가 여름 모기보다 독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가을 모기, 여름 모기보다 독하다...사실일까가을 모기가 여름 모기보다 더 독하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일까. 실제 가을 모기에 물릴 경우 여름 모기보다 훨씬 가려움증이 심할 수 있다. 가을은 모기의 산란기이기 때문에 알을 낳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모기들은 더 많은 피를 섭취하려고 한다. 모기는 흡혈 시 침을 통해 ‘히루딘’이라는 성분을 우리 몸에 침투시키는데, 이는 우리의 혈액이 응고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히루딘은 우리 몸에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이물질에 대응하기 위해 분비된 히스타민이 혈관을 확장하여 가려움증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모기가 많이 흡혈할수록 우리 몸은 더 많은 히루딘에 노출되고, 이로 인해 더 간지럽고 부기가 오래가게 된다. 가을 모기가 여름 모기보다 독하다고 알려진 데에는 모기의 종류도 한몫 한다. 가을에는 ‘작은빨간집모기’가 주로 활동하는데, 이 모기는 모기 중에서 작은 편이지만 물린 부위에 더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냥 모기에 물리면 안 되나모기에 물리고 좀 가려우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모기는 사람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동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2억 명 가량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이 가운데 40만 명 이상은 사망한다. 가을 모기의 주를 이루는 작은빨간집모기는 일본뇌염을 전파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일본뇌염 환자는 8월에서 11월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일본뇌염은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흡혈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잠복기가 5~15일로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발열 및 두통 등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지만, 드물게 뇌염으로 진행되면 △고열 △발작 △목 경직 △착란 △경련 △마비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며, 이 중 20~30%는 사망할 수 있다. 특히, 뇌염의 경우 환자의 30~50%는 손상 부위에 따라 다양한 신경계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일본뇌염은 효과적인 백신이 있으므로 접종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개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10월까지는 야간에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외출이 불가피하다면 밝은 색 긴 옷을 착용하고, 얼굴 주변을 피해 모기 기피제를 4~5시간 간격으로 뿌리는 것이 좋다.
집에 신생아 있는데, ‘모기 기피제’ 뿌려도 될까모기 기피제는 모기를 죽이는 효과는 없으나 모기가 싫어하는 성분을 이용해 접근을 차단하는 제품으로, 노출 부위 피부나 옷 위에 얇게 바르거나 뿌려 사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 받은 모기 기피제는 95% 이상의 기피 효과가 있다. 보통 4~5시간 동안 기피 효과가 있는데, 필요 이상 과량을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속옷, 눈이나 입 주위, 상처나 염증 부위, 햇볕에 많이 탄 피부 등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흡입하지 않도록 밀폐된 공간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야외 활동을 마친 후에는 기피제를 바르거나 뿌린 피부는 비누로 깨끗이 씻고 입었던 옷도 바로 세탁하는 것이 좋다. 주성분에 따라 영·유아나 어린이가 사용할 수 없는 제품도 있다. 어린이에게 사용할 때는 제품에 기재된 사용방법과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확인 후 사용해야 한다. 집에 신생아가 있는 가정이라면 모든 모기 기피제는 6개월 미만의 영아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